‘저널리즘(Journalism)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디어와 많은 관련성이 있는 저널리즘은 미디어의 폭 넓고 급격한 변화에 따라 그 의미가 확장되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개념 역시 변하는 것이라면, 결코 변하지 않는 저널리즘의 근본적 속성과 의미가 무엇인지를 살피고, 그에 따라 변하는 상황 속에서는 또 어떠한 속성과 의미가 새롭게 개념화되어야 하는지 살펴봐야할 것이다.
먼저 저널리즘이라는 말의 어원은 라틴어 'diurna'이다. ‘매일 매일 기록한다.’는 뜻의 이 단어는 프랑스어 'journal'으로 발전하고, 이것이 또 영어로 발전한 뒤, 접미사 '-ism'이 붙어 생겨난 말이다. 즉 이러한 어원을 바탕으로 현재 연세한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신문, 잡지,방송 등 인쇄, 전파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정보와 의견을 제공하는 활동이나 사업.’의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우병동, 정일형, 김용성, 2007).
저널리즘에 대한 또 다른 정의를 살펴보면, 한국언론연구원에서 발행한 매스컴 대사전의 ‘언론활동이나 이러한 활동분야로서 시사적 문제에 대한 뉴스 등을 취재, 편집해서 신문, 잡지,언론 등을 통해 보도, 논평, 해설 등을 하는 활동, 또는 이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 분야(한국언론연구원 편, 1993).’나 방송문화진흥회에서 발행한 방송대사전에서 정의한 ‘시사적인 정보, 현상, 의견을 사회에 널리 전파하는 활동(방송문화진흥회 편, 1990)’ 등이 있다.
위의 많은 저널리즘에 대한 정의를 바탕으로 볼 때, 저널리즘이란 것은 크게 ‘미디어를 통해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대로라면 축구 중계나, 오락 프로그램도 저널리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전달되는 메시지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미디어의 측면에서도 전화나, e-mail을 통해서 전달하는 것이 아닌 대중을 대상으로 전달하는 매스 미디어를 의미한다. 다만, 최근 급격한 미디어의 발전에 따라서 매스 미디어로 분류되지 않지만,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을 가지는 뉴 미디어가 등장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 역시 필요하다.
즉,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널리즘이라는 활동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어떠한 것인지, 또 이에 따라 미디어는 어떻게 이용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기존의 신문과 방송을 이용한 정기 간행물이라는 정도의 좁은 의미로 저널리즘을 설명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다양한 특성과 영향 등을 간과하는 결과이고, 따라서 저널리즘에 대한 폭넓은 인식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우병동, 정일형, 김용성, 2007)
그렇다면 먼저 저널리즘이 다루는 메시지는 어떠한 것인가. 기본적으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뉴스가 저널리즘의 메시지가 된다. 하지만 뉴스라는 것은 기존 매스 미디어를 저널리즘의 모든 주체라고 봤을 때의 용어이기에, 구체적으로 저널리즘이 다루는 메시지가 어떠한 지 살펴봐야한다. 학자에 따라 저널리즘의 요소나 기능을 분류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개념이 진실성과 시의성, 또 독립성이다.
진실성은 저널리즘이 다루는 메시지가 사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닌 진실 탐구는 창작된 문화 예술 영역에 속한다. 그런데 저널리즘에 있어서 진실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사실을 바탕으로 의견과 입장이 들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의견과 입장 역시 사실을 바탕으로 나온 결과이어야 한다. 물론,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고 해도 저널리즘 주체의 의견이 진실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진실은 쉽게 진실이라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인 우드워드(Woodward)의 “최선을 다해 얻을 수 있는 진실에의 한 해석”(Brooks et al., 1988. 20쪽에서 재인용)이라는 진술처럼 저널리즘 주체는 진실을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널리즘은 활동 주체의 진실을 찾기 위한 윤리성이 요구된다. 이러한 윤리성의 문제가 최근 미디어의 상업화로 인해 훼손되고 있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저널리즘 붕괴’, ‘저널리즘 위기’라는 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저널리즘의 진실성을 통해 저널리즘의 존재 목적을 찾아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진실을 탐구하려는 욕망이 있다. 하지만 커져가는 사회 속에서 모두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저널리즘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혹은 집단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또한 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한 번에 다수에게 메시지 전달이 가능해지면서 현대적 저널리즘이 탄생했다. 즉, 미디어를 이용해 진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진실을 탐구하기가 어려운 것은 물리적 이유 보다는 정치적인 이유가 크다. 진실을 가리려는 권력과 무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널리즘에는 다음 특성인, 독립성이 요구된다.
그래서 저널리즘의 중요한 특성 중의 하나가 바로 독립성이다. 다른 말로는 자율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저널리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진실성을 지키기 위한 요소가 된다. 저널리즘이라는 활동은 어떤 외부의 힘에 의해서 시작되거나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저널리즘 주체 스스로 내린 판단과 스스로 찾은 사실을 바탕으로 독립적으로 형성된 메시지이어야 한다.
다음은 시의성이다. 저널리즘 메시지는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 예전의 지식을 다시 알리는 것은 단순한 역사를 알리는 것이다. 새로운 것이야 말로 저널리즘이 갖춰야할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이 새로운 사실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최신성 혹은 즉시성을 말하지만 꼭 시간적인 의미는 아니다. 예전의 사건이나 이슈 속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 진실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진다면 그것 역시 저널리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탐사 저널리즘은 기존에 감춰져 있던, 혹은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고 그에 따라 새로운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다(이민웅, 2003).
정리해보면 저널리즘이라는 것은 ‘누구에게 간섭받지 않은 주체가 진실에 대한 새로운 메시지를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전통적으로 정의하던 저널리즘에서 가장 핵심만을 뽑아내어, 시대나 상황에 관계없이 저널리즘이 가지는 속성인 것이다. 문제는 미디어의 변화로 이러한 속성이 나타나는 채널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널리즘이라는 개념에 대한 혼란이 일어나고, 과연 저널리즘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저널리즘이 무엇인가를 정의했기에 이제는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저널리즘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야 할 차례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많은 변화를 가지고 오는 미디어의 변화란 무엇인가.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디지털과 인터넷이다. 컴퓨터로 대표되는 디지털 방식은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을 대체했다.디지털로의 변화했다는 것의 의미는 그 정보 처리와 전달 속도가 현저하게 빨라지고, 아날로그 방식에서는 함께 취급할 수 없던 소리, 영상, 이미지, 텍스트 등이 함께 처리되어 방송과 통신 등의 영역 역시 무너지게 하는 변화를 이끌고 왔다는 것이다(김병철, 2005). 인터넷은 커뮤니케이션에서의 변화를 가져왔다. 정보의 교류가 다수와 다수가 비동시적이고 개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즉 전 세계의 사람들이 정보를 동시에 즉각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또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기존의 미디어와 다르게 인터넷은 접속하는 모든 주체가 정보와 메시지를 창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누구나가 미디어를 소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렇게 디지털과 인터넷의 발달은 다양한 플랫폼의 미디어를 등장시켰다. 기존의 한정되어있던 미디어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었고, 따라서 늘어난 미디어의 채널만큼 대중의 미디어 집중도는 떨어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저널리즘의 주체라 할 수 있는 기존 미디어의 파워는 약해졌다. 늘어난 저널리즘의 주체가 늘어난 신문사나 방송사의 숫자라서 저널리즘 파워가 약해진 것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에 의해 미디어 주체가 인터넷을 이용하는(사실상 모든 사람) 사람 모두가 될 가능성이 있고, 많은 사람이 그렇게 주체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미디어의 특성과 경험에 있어서 기존의 전통 미디어와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의 전문성과 신뢰성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한가. 새롭게 등장한 비전문적 미디어인 트위터가 가장 먼저 전달했던 아이티 지진은 저널리즘으로서 가치가 없는 것인가. 개인 블로그에 방문했던 식당의 청결성의 문제를 올린 것, 전문성이라고 전혀 없는 한 초등학생이 핸드폰으로 찍어서 올린 과도한 체벌 영상은 저널리즘인가 아닌가. 어떤 기존 미디어도 포착하지 못했던, 자동차의 결함을 UCC로 제작해 올려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낸 것은 어떠한가. 이에 대해 저널리즘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과연 저널리즘의 의미는 새롭게 바뀌는 것인가.
필자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위에서 스스로 정리했던 저널리즘에 대한 정의에 대해 생각한다. ‘누구에게 간섭받지 않은 주체가 진실에 대한 새로운 메시지를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 이 정의에 따르면 트위터의 메시지도, 블로그의 글도, 초등학생의 영상도, 자동차UCC도 모두 저널리즘의 결과이다. 이 모두가 저널리즘인 것이다.
그렇지만 선뜻 이러한 결론을 받아들이기 멈칫하는 것은, 이러한 비전문적이고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나타나는 메시지 중에 저널리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즉, 블로그나 UCC, 트위터를 모두 저널리즘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실 이러한 새로운 저널리즘에 대해 UCC 저널리즘이나 트위터 저널리즘으로 일반화해 부르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 속에 존재하는 저널리즘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앞으로 어떻게 하면 이러한 뉴 미디어 속에서 저널리즘이 더욱 잘 발현되고 유지될 수 있을 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요약하면, 우리는 지금까지 저널리즘을 행사하던 주체를 신문사나 방송사 등 특정 미디어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속한 개인들 역시 저널리즘의 주체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 저널리즘의 주체가 어떤 종류의 미디어에 속해있는 지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제는 역할이 저널리즘을 판단하게 된 것이다. 다만, 이것이 기존의 저널리스트들에게 심각하게 문제가 되고 있다면 그것은 저널리즘으로 돈을 받는 사람들만 존재하던 것이, 돈을 받지도 않고도 더욱 강력한 저널리즘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전통적 의미의 저널리즘 주체들은 돈 값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UCC나 블로그에서 나타나는 저널리즘을 비전문적이라고 부정 한다고 해서 전통 저널리즘 주체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엄연한 새로운 저널리즘의 주체가 탄생한 것은 막을 수 없다. 결국, 저널리즘의 전문가로서 인정받거나 신뢰를 원한다면 돈을 받지 않는 비전문적 저널리즘 주체들이 해내는 만큼 그 이상을 해내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전문적 저널리즘이 발생하는 이유, 또는 저널리즘 그 존재의 이유, 독립적인 진실에의 탐구에 더욱 전문적으로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
참고문헌
김병철. (2005). 온라인 저널리즘의 이해. 서울: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빌 코바치, 톰 로젠스틸. 이종욱 역. (2008). 저널리즘의 기본요소. 서울: 한국 언론재단
우병동, 정일형, 김용성. (2007). 뉴미디어 저널리즘. 부산: 세종출판사
이민웅. (2003). 저널리즘: 위기・변화・지속. 서울: (주)나남출판
최민재. (2007). 동영상 UCC와 저널리즘. 서울: 한국언론재단.
필림 마이어. 성동규, 김광협 역. (2008). 디지털 시대 저널리즘 구하기. 서 울: 커뮤니케이션북스(주)
Posted by 허호필
http://hhp8621.tistory.com/entry/What-is-the-Journalism-%EC%A0%80%EB%84%90%EB%A6%AC%EC%A6%98%EC%9D%B4%EB%9E%80-%EB%AC%B4%EC%97%87%EC%9D%B8%EA%B0%80-for-PR%EA%B8%B0%ED%9A%8D%EC%8B%A4%EC%8A%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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